점심으로 브로콜리를 데쳐먹었다. 살면서 브로콜리 데친 적은 처음인 것 같다.
겨우 브로콜리 또는 보리꼬리인 주제에 손질하는 동안 짧지만 길었던 내 심경 변화를 일기에 적어야지
(나 이상한 사람으로 봤다면 정답이다)
보리꼬리 사진은 몇 번을 봐도 글씨체나 핑크색 바구니와의 색감이나 어느 것 하나 안 귀여운 게 없어 ~.~
뇌리에 박힌 귀여운 보리꼬리 생각하면서 어느 날 브로콜리 먹고 싶다는 생각을 한 나 (왜 그랬을까)
오늘의 내가 기특해서 기록해 두는 브로콜리 손질법
1. 브로콜리를 조각조각 칼끝으로 기둥을 잘라준다
2. 물에 식초 몇방울을 떨어뜨려 10분 간 내비둔다
3. 끓는 물에 굵은소금 한 스푼 넣어 브로콜리를 10~20초 정도 데친다
4. 찬 물에 담가 브로콜리 찬물 샤워해주기
브로콜리 조각조각을 이렇게 가까이서 본 건 처음이었는데, 산 지 며칠이 지난 다음 브로콜리를 먹어서 그런 걸까..
원래 브로콜리는 이런 색일까 이파리 부분의 초록색이 수채화 물감 그라데이션 마냥 여기저기 색이 다르길래
이거 상한 걸까.. 나 먹어도 될까.. 수 분 간 고민했지만 끓는 물이 다 죽여줄 거야 하고 일단 손질해 보았다
혹쉬 저 점박이 친구들 사이에 벌레 같은 거 있지 않을까 너무 걱정돼서 식초 몇 방울 아니고 십몇 방울 뿌렸다
점박이 같은 이파리 친구들은 가까이서 보니 쪼금 징그러웠다 ㅠ 미아내 브로콜리 귀 막아
그리고 끓는 물에 투하했는데 으아니 갑자기 브로콜리들이 스노우 필터를 끼얹은 것 마냥 채도가 확 튀었다
뜨둔 너무 신기해따 !! 데치는 동안 버터에 있는 귀여운 브로콜리 인형이 자꾸 떠올랐는데, 감상평: 브로콜리는 실물이 덜 귀엽다
무해한 인형일 때가 더 귀엽당... 저 꼬불 머리 사이에 벌레 있을까 걱정 안 해도 되자낭..
구글링 했을 때는 10초만 데치면 된다고 했지만 저 딴딴한 기둥이 10초 만에 익는 걸까
마음속으로 10..9..8..7.. 6.5.4.3 하면서 펜타곤 노래 N번 부르고 한 1-2분 삶아버렸다
10초 전 노래 좋으니까 한 번 듣고 가세요
그 엄마가 하나 둘,둘 반의 반 반의반의 반 하는 너낌.. 끝내고 싶지 않은 숫자 세기
그리하야 찬물 샤워까지 마치고 완성된 오늘의 점심
집에 있던 초장 유통기한 18년도 10월, 21년 6월 두 개 중에 살 확률 높은 21년 친구로 먹었다
브로콜리도 1분 삶고 초장도 유통기한 얼마 안 지난 거니깐 죽을 확률 -30분 정도 벌었다
그리고 오늘의 리빙 포인트 : 다시마 사서 바로 안 먹으면 다 달라붙는다...
바로 안 먹을 반찬은 사지 말아야지
오늘 다행히 살아남았으니 귀찮아도 블로그 쓴당..
구럼 이만!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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